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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업, 의사결정, Risk

배달의 민족, 스타트업 업계, 독과점, 떠드는 사람들

 

 2019년 말,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"우아한형제들"이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된다는 뉴스가 나왔다. 일단, 자신의 손으로 창업한 기업을, 창업 후 10년이 안되어서 무려 4-5조원 대에 매각될 회사로 성장 시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. 매각이란 건 그저 투자자들의 가치 산정에 따른 숫자놀음에 가까운 "Valuation" 이 아니라, 실제로 누군가가 돈을 내는 일이니까. 다만 이 건에 대해서 공정위는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예측하여, 기존의 요기요를 팔라고 통보하였다. 

 

 

1. 독과점 체계의 구축

  • 일단 제대로 수익도 안나는 상태의, 돈에 돈을 부어가면서 사업을 확장시킨 기업을 4-5조에 매입한 외국계 자본은, 왜 그런 딜을 했을까? 당연하게도, 한국 시장에서의 독점적 시장 장악력을 활용해서, 수수료를 높여 빠른 시간 내에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. (관련 글 : 배달의민족 고가 인수, 수수료 개편후 연간 5000억대 이익 예측한 탓? )
  •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, 독과점 사업자로까지 성장한 것은, 그동안 창업자와 회사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고, 이 사업 모델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크게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의 힘 덕분이기도 하다.
  • 그래서 "'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접근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고, 쿠폰 등 마케팅 비용을 투하하면서 이 밸류 체인의 게이트웨이를 장악" 해온 결과로, 창업자와 투자자 들은 큰 돈으로 exit 하고, 이제는 DH 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수수료를 높여서 현금 이익을 가져갈 것이다. 
  • 그 돈들은 다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일까? 배달의 민족 서비스로 인해서, 이 사회의 전체적인 부가 그만큼 커지긴 한걸까..?

2. 돈을 버는 사람들 

  • 그럼 이 매각 딜로 인해서 정말 이익을 본 것은 누구일까?이 배달 시장과 연관된 자영업자의 음식점들도, 프랜차이즈도, 매일 주문하는 사용자도 아닐 것이다. 
  • 당연한건지, 아닌건지는 모르겠지만,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%를 들고 있었으며,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DH 주식을 받게될 외국계 자본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. (조금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관련 기사: ‘치킨 사장님의 눈물’로 급성장한 배민…美·中 해외투자자만 ‘돈방석’
  • 사실 이미 2016~2018년에 걸처서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, 대부분의 지분과 함께 실질적인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은 넘어갔을 것이고, 금번 매각딜도 창업자가 적극적으로 결정하진 못하지 않았을까?
  • 또한 벤처 자본의 특성상, 2018년의 4천억 투자 건은, 2-3년 내로 상장 or 매각을 통해 자본 회수를 해줘야만 창업자 본인의 지분이 유지되는 조건이 끼어있던 것인지도 모른다. 
  •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주요 투자자들-"돈줄"- 의 주요 구성에 대해서는 암호 화폐 매체에서 재밌게 조사해놓았다. ( [어쩌다] 배달의민족 합병에 코인러가 씁쓸한 까닭은 )

 

 

3. 떠드는 사람들

  • 이 상황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, "스타트업 업계" 에 종사한다는 불분명한 사람들이 독과점의 폐해를 막으려는 공정위를 비난한다는 점이다. 많은 사람들이 SNS 를 통해서, 특정 단체는 공식적인 PR을 통해서. 
  • 관련 기사 : “공정위, 배민 엑시트 막으면 앞으로 누가 스타트업 하려 하겠나”
    • 이 기사 속의 "코리아스타트업포럼"이라는 단체는,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. 
    • “한국의 대표 유니콘인 배민과 글로벌 기업 DH의 결합은 국내 최대 규모의 M&A를 통한 글로벌 엑시트라는 상징적인 사안이며 국내 스타트업 생태계 발전의 중요한 이정표이다. 유니콘 육성도 중요하지만, 스타트업의 종착지는 엑시트다”라고 역설했다.
  • 글로벌 엑시트라는 요상한 단어까지 만들어가면서 "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다" 라고 하지만,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엑시트란 말인가? 사실 이 말은 이렇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. "투기 자본의 종착지는 엑시트다." 
    • 만약에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명령으로, 이 딜이 깨지면 손해를 볼 사람은 누구였을까? 
    • 만약에 공정위가 매각을 바로 허용하여 DH가 시장을 장악했다면, 국내의 자영업자들은 행복했을까? DH의 글로벌 효과로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어 수수료도 낮아지고 장사가 잘되었을까?
    • 또한 과연 87%의 외국계 자본이 투자 수익으로 회수한 돈을 다시 국내의 스타트업(단어 그대로의, 막 창업한 초기 기업)에 투자할까? 
  •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독과점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 조치로 인해서, 다국적 자본인 DH의 독과점에 대한 횡포를 약간은 방지하게 된 것인데, 이게 과연 누구한테 손해가 될까? 정말 스타트업계에 손해가 될까? 오히려 배달 시장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.

 

4. 독과점과 스타트업

  • 간략히 독과점과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, 
  1. 독과점은 소비자 후생을 감소 시키기 때문에, 규제되어야만 한다. 
  2. 독과점이 만연한 업계에서는, 스타트업/벤처 창업을 통한 혁신이 꽉 막혀버린다.
  • 혁신과 사회적 후생 증대를 위해서, 스타트업은 육성되어야 하지만, 이미 시장 내에서 성장할만큼 성장하여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되는, 무려 4조짜리 기업에 스타트업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보호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.  
  •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서, DH는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달의 민족을 인수합병 한다고 한다. DH라는 거대한 자본은, 요기요를 매각해서라도 배민을 먹으면 투자한 돈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. 그 수익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? (비슷한 사례 : 英이베이, 작년 한국서 6000억 빼갔다)

 

 

물론, 이 딜 자체를 부정하는건 아니다. 정말 대단한 일이다. 다만 규제 받아야 하니 일부 규제를 받는 것 뿐인데, 어쩌자고 스타트업 업계를 대변한답시고 공개적으로 독과점 장악력을 가지려는 투기 자본을 옹호하는 사람과 단체들이 있는걸까? 송에서 창업자가 쌓은 이미지 때문인지, 광고비를 써가면서 매체들을 장악해놓은 것인지,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들도 본인 회사를 4조에 "투기 자본님들" 에게 팔고 싶기라도 한걸까?   

 

 

 

PS. 더 찾아보니 저 단체의 전 의장이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였다... 아무튼 저 단체는 단체명과는 다르게 '투기 자본'을 대변하는 단체인 것 같은데, 이렇게 말하는 것과 실제 의도가 다른 사람들을 우리는  ...라고들 부른다.